이바닥이 원래 그래

EBADAC - OOPARTS : Out Of Place Articles.

그대로 두라, 숭례문

서울 한복판, 처참하게 무너진 그대로 두라.
그리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모두가 곱씹게 하라.
이게 우리의 수준이라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발생하는 인재.
잊으니까 문제이니, 아예 잊지 못하도록 그대로 두라.
부차는 섶위에서 자고, 구천은 쓸개를 맛보았다.
우리도 잿더미 숭례문 앞을 지날 때마다 곱씹어야 한다.

무너진 숭례문 앞에 커다란 안내판을 세우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 한다.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건 “어린쥐”가 아니라, 우리의 수준이 겨우 이정도임을 깨닫는 일일게다.

정 숭례문을 복원하고 싶다면, 조금 떨어진 곳에 다시 세우자. 어차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위치가 중요하랴. 괜찮다면 시청앞 광장 즈음에 세워도 무방하리라.
그러나 지금 무너진 숭례문은 무너진 그대로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두자.
두고두고 그 참상을 지켜보며 반성해야한다.
그 반성이 내 대에서 안된다면 자식에게로, 손자에게로 대물림해서라도.

언젠가, 정말로…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 어느 날에…
그 때야 비로소 기쁜 마음으로 숭례문을 다시 세울 수 있으리.